#1 "자살을 막지 못했다"
우리는 가끔 안타까운 자살 사고에 대해 듣게 됩니다.
연예인은 물론이고, 지인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도 있죠.
자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왜 주위에서 미리 막아주지 못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는 자실의 징후를 잘 눈치챌 수 있을까요?
오늘은 딱딱한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필자가 직접 겪었던 두 가지의 사례로
"자살의 현실적 징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1 자살 원인의 2가지 요인
자살의 원인은 100% 심리적인 요인만으로는 볼 수는 없습니다.
자살의 요인에는 다양한 상황적 요인이 개입 됩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경우도 있고,
마음의 상처를 견디지 못해서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꽤나 성공적인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서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죠.
물론 여기서 말하는 "상황적 힘겨움"이라는 것은 개개인마다 "상대적"입니다.
개개인마다 "스트레스를 수용하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매년 수능을 잘 못 봤다고 비관해서 자살을 하는 사고가 발생하죠?
대학생이나, 이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이러한 힘겨움을 공감하기 힘듭니다.
왜 공감 해 주기가 힘들까요?
공감이 힘든 분들도 고 3 당시, 힘들기는 했지만
"죽을 만큼" 힘겹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 심리적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고통 감내 능력"
ⓑ "자살 욕구"를 실제 행위로 옮기는 "행동 충동성"
의 정도가 개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보통 자살은 우울해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틀린 말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자살에 가까워질수록, 우울한 모드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우울증이 심각하다고 해서 모두가 자살을 하는 것은 아니고,
우울증의 정도가 약하다고 해서 자살에서 안전 한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 ⓐ, ⓑ의 정도가 제각기 다르기때문에 예측이 힘듭니다.
#2-1.5 마약과 자살
번외로 필로폰 등을 비롯한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마약류를 투약하게 되면,
충동적인 자살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기본적으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마약류는 기분을 Up 시키기 위해서 투약을 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이 좋은 기분을 엄청나게 증폭시켜서 쾌락에 이르게 하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Up 시켰던 만큼 기분이 Down 됩니다.
그러다 보면 이러한 충동적인 감정에, 자살을 실행에 옮기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서는 마약에 절대 손을 대지는 않으시리라 믿지만,
마약의 폐혜에 대해, 지식 한 가지 더 얻어가시라고 이렇게 이야기를 드립니다.
#2-2 관심을 받기 위해 자살 의사를 말하다?
실제로 자살을 한 사람들은, 자살 의사는 물론이고, 자살 자체에 대해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만성적"으로 힘든 일(심리적이든 상황적이든)을 겪다가, "충동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참다가 폭탄을 터뜨리는 느낌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폭탄은 터뜨리려는 마음을 먹은 사람이 "나는 폭탄을 터뜨릴거야"라는 고백을 쉽사리 하지는 않습니다.
자살 시도를 하다가 미수에 그친 사람에게 "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라고 질문하면,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식으로 답변합니다.
그만큼 이미 "삶과는 작별을 하겠다"라는 의지가 확고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반면 "나 정말 자살하고 싶어"라고 가볍게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본인이 힘드니까
애정과 관심을 쏟아달라는 의도로 하는 말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심지어 심한 경우, SNS에 공개적으로 "자살 하고 싶다", 혹은 "자살 기도를 했다"라는 식으로 포스팅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물론 거짓으로 자살 욕구를 호소하는 분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소의 방법이 너무나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자살 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이렇게 쉽게 남발되면, 정작 진심으로 자살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에게는 민폐가 아닐까요?
#2-3 해고를 통보받은 A
후술 할 두 사례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겪은 사례들입니다.
익명으로, 각각 A와 B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A와 B는 둘 다 필자보다 연상이었습니다.
A라는 형은 애교도 많고,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가 굉장히 좋아했던 형인데,
본의 아니게 해고를 통보 받은 후, 술을 갑자기 너무 마시기 시작하였습니다.
성실하던 형이 매번 헤롱대는 모습을 보이니, 필자는 어느새 A 형에게 "걱정 반, 잔소리 반"의 태도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A 형은 필자가 공부를 하던 학교 근처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막차시간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쪼개서 A 형이 있는 술집으로 갔는데,
이 A 형은 얼큰하게 취해서 끌어안고 귀여운 척(?)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필자는 막차 때문에 마음이 급해, 이런 애교를 받아주지 않고 5분 정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A 형의 "헤헤 량아 잘가!" 는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었던 그의 목소리였습니다.
다음날 다른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로 그의 죽음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바로 어젯밤에 본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처음에는 거짓말이라 생각했습니다.
조금 진정이 된 후, 자살의 경위를 듣게 되었더니 어느 정도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사실 장례식장에 가서 A 형의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A 형이 세상을 떠나갔다는 사실이 그렇게 실감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진 딱 보니까 마지막에 내가 취했던 태도가 사뭇 미안하고 서러웠습니다.
"나한테 힘드냐고 한 번 물어본 것도 아니면서.. "
"당신이 워낙에 좋아했던 술 많이 마신다고 구박이나 하고.."
위에서 언급 하였듯이, A 형은 자살을 생각하면서도
필자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에게 "나 이렇게 죽을 만큼 힘들다"는 이야기 한 번을 하지 못했습니다.
A 형처럼 "자기 힘들다는 이야기"한 번을 잘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2-3.5 A의 페이스북 사진들
사실 A 형은 은근히 자살을 암시했습니다.
필자를 비롯한 주위 친구들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죠.
발인까지 마치고 A 형을 떠나보낸 필자와 친구들은
"우리 너무 자책하지 말자.. A 형도 우리가 이렇게 슬퍼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을거야."라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발인 이후, 3일 뒤에 다른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A 형의 페이스북에서 어떤 게시물을 한 번 확인 해보라는 말을 듣고, 필자는 대성통곡을 하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 포스팅에 직접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만, 떠나기 1주일 전 본인의 소지품들과, 각 소지품에 얽혔던 사연을 굉장히 밝게 적어놓은 게시물이 있었습니다.
본인의 핸드폰 사진을 찍어놓고, "아이폰4야 고생 많았어.."
본인의 목도리랑 귀마개 사진을 찍어놓고, "고마워 고마워 덕분에 겨울 따뜻하게 보냈다"
본인의 지갑 사진을 찍어놓고, "처음으로 선물 받은 지갑! 항상 많이 못 채워둬서 미안해"
사실 그 게시물들은 A 형이 아직 살아 있을 때, 이미 본 게시물들이었습니다.
자살을 알아차리라고 쓴 게시물도 아니고, 자살을 알아차리기 힘든 게시물들이었지만,
"내가 왜 몰라 주었을까.."라는 미련이 마음을 괴롭게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2-4 실연을 겪은 B
두 번째 사례의 인물은 B라고 칭하겠습니다.
B 형은 A 형처럼 밝은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글생글 잘 웃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런데 B 형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B 형은 A 형과는 다르게, 필자와 친구들에게 우울하다는 이야기를 이따금씩 했습니다.
B 형이 그때 당시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우울감 "표현의 강도"가 정말 약했습니다.
물론 사람들마다 표현의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고 우울할지 가늠하기는 힘듭니다.
별거 아닌 일로 "죽을 만큼 힘들다"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많은 반면.
B 형은 "아휴 헤어져서 너무 힘들다 어떻게 하면 다시 이 사람 잡을 수 있을까?"
"요즘 나 좀 무기력하다 량아" 정도의 표현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정도의 표현으로 자살을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필자는 당시에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기에, B 형은 가끔 상담을 요청하였습니다.
물론 당시의 필자가 형편없는 상담가라서 자살을 가늠하기 어려웠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실연에 대한 문제가 주 상담의 소재가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B 형이 자살을 하리라고 가늠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가 B 형이 휴학을 하면서 잠시 연락이 뜸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B 형이 자살을 했다"라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유서에 네 이름이 있으니, 너도 한 번 확인 해 보라는 연락이 온 것입니다.
별 말은 없었고, "량아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다."라고 간략히 적혀있었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도 읽어 보았는데, 유서 치고는 참 밝았던 기억이 납니다.
유서를 보니, B 형도 A 형과 마찬가지로 "알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3 글을 마치며
두 사람 모두, 우리가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보는 "자살징후"의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 만성적으로 힘든 일이나, 심리 상태를 겪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힘든 일이 겹쳐서
ⓑ 자살 충동적이 발생했고, 이를 실행으로 옮겨버리는 실행력이 강한 케이스였습니다.
삶의 과정에는 누구에게나 모두 힘든 시기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어떤 고3 에게는 수능 실패가 별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어떤 고3에게는 수능 실패란 죽음과 동일시되는 사고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너무나 견디기 힘든 이 시간은
추후 뒤돌아 생각하면, 정말 별 것 아닌 것일 수 있습니다.
항상 고난이 지나면 행복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요!
여러분 힘든 일이 있더라도 크게 상심 마시고, 항상 뒤에 해가 뜬다는 기대로
하루하루를 행복 가득히 보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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